시작하며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돌봄 시스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간보호센터가 노인을 위한 주요 돌봄시설로 자리잡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경로당’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지난 6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고령친화 산업 관련 세미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에이지테크 시장 활성화 전략'을 주제로 진행된 이 세미나에는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관을 비롯해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미래 고령사회를 준비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경로당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1. 주간보호센터보다 훨씬 많은 경로당
정부가 주목한 부분은 단연 ‘숫자’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 6만8,000개가 넘는 경로당이 운영 중인데, 이는 주간보호센터보다 13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대부분의 경로당은 이미 동네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고, 별도의 부지를 마련할 필요 없이 기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다.
반면, 주간보호센터는 설치 기준이 엄격하고 운영 인력도 필요해 확장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미 있는 경로당을 활용해 경량형 보호 기능을 맡길 수 있다면, 시설 확대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복지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2. 해외 사례와 비교되는 경로당의 접근성
미국의 경우, 시니어센터라고 불리는 노인 복지 공간이 약 1만1,000개 정도이고, 일본은 아예 경로당이라는 체계적인 시설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살롱 형태의 모임이 있다. 일본 인구가 한국보다 세 배나 많은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경로당의 숫자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런 배경 덕분에 경로당은 접근성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이미 곳곳에 인프라가 마련돼 있는 만큼, 조금만 보완하면 돌봄 기능을 일부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은 충분하다는 뜻이다.
3. 스마트 경로당으로의 진화
최근 들어 새로 짓는 경로당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경로당’이라는 이름으로, 최신 기술을 접목한 시설이 생겨나고 있다. 여기서는 치매 예방을 위한 훈련이나 건강 상태 체크, 간단한 운동 등이 가능하며, 비대면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이전에는 단순히 TV를 보거나 바둑을 두는 공간 정도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복지관에서 제공하던 질 높은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교육·건강 복합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4. 식사 기능까지 맡는 경로당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식사 제공’ 기능이다. 혼자 장을 보고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경로당에서의 점심 제공은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경로당의 약 80% 이상이 식사 제공을 하고 있고, 과거에는 주 3~4회 운영되던 것이 이제는 주 5일로 확대될 예정이다.
정부는 급식 운영을 위한 인력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 약 2만6,000명의 급식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방침인데, 이는 경로당에서의 식사 제공이 보다 일상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5. 보호 기능을 일부 분담하는 전략
정부는 경로당을 정식 주야간보호시설로 바꾸겠다는 계획은 아니다. 대신 신체적, 인지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노인들은 경로당에서 돌봄과 여가, 식사, 교육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장기요양보험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27개 지자체에서 스마트 경로당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총 1,391곳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경로당 활용 전략은 단기적인 임시방편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마치며
지금까지의 경로당은 단순한 모임 공간이었지만, 이제는 점차 돌봄 기능을 갖춘 복합 복지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기술 접목이 이뤄지면서 스마트 경로당은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는 실질적인 해법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주간보호센터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노인 복지를 지역 단위로 분산하고, 기존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이 전략은 향후 우리 사회 복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경로당의 진화는 단지 시설의 변화가 아니라, 돌봄 방식 자체의 전환을 의미하는 신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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